[하이퍼서사] Photo-text montage 돋보기와 볼록거울
돋보기와 볼록거울
돋보기는 실제보다 더 크게 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볼록거울은 세계를 뒤집은 평면 입체 공간을 세계관에 포함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돋보기와 볼록거울은 현실세계에서 사용할 경우 현실을 현상으로 보이도록 조작하고, 사진과 같은 디지털 공간에서 사용할 경우 현상을 현실처럼 만드는 도구들이다.
이 둘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의미심장한 의미를 갖는데, 이 의미를 정의하면서 나는 세 번째 문제에 대한 답을 설정해야만 했다. 즉, 행성을 상상속에서 실제로 구현해야 한다는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였다.
내가 만드는 세계는 어떤 곳인가? 2D 평면의 사진 속 재료들의 정보와 피사체들만을 가공해 만드는 3차원 시공간 위의 행성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환상이나 홀로그램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디지털 그래픽 세계인가, 아니면 정말 그럴 듯한 현실에 있을 법한 행성을 만들어내는 것인가?
전자의 경우, 디지털 공간에서 구현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시각적 정보를 단순 확대하거나, 거울에 비출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룰 수 있는 범위로 만드는 것이 디지털 공간에서는 제약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거울과 돋보기는 디지털 공간에서 굉장히 의미심장한 의미를 갖는다. (이 행성이 소모되는 자원을 재생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 )
반면 실제 고증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 후자의 경우에는, 거울 안에 비친 대상들의 범위를 합친 것만큼 현실이 넓어진다고 보거나 돋보기로 확대한 만큼 대상이 더 커졌다고 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디지털 세계와는 달리 현실세계는 당연하게도 돋보기나 거울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즉, 나는 내가 구현할 세계가 현실세계, 2D 디지털세계, 3D 가상세계 셋 중 어느 차원과 가까운 시공간인지를 선택해야만 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방향은 이 셋 모두 아니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내 상상을 방해하지 않는 실제의 행성이다. 이는 곧, 내가 내 논리대로의 행성을 만들고 그러면서 그것이 이 넓디 넓은 우주에 생성된 경우의 수 한 조각일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이게 그 어떤 경우보다, 행성을 실제로 만든다는 측면에서 말이 된다.
나는 더 자유로워지기로 결정했다.
먼저, 이 구현된 세계는 그것의 재료로 주어진 사진 픽셀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행성의 재료가 될 사진의 픽셀들이 나타내는 그림이 갖는 의미는 실제 지시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주변물과의 상대적인 관계를 지시하는 기호일 뿐이다. 이데아와 에이도스처럼.
따라서 내가 범위로 제시된 사진들을 통해 가공하는 것은, 피사체 픽셀이 가리키는 실제 대상물들의 종류를 확보해서 그 요소들이 행성 속에서 제 구실로 기능하도록 정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질문이 가능하다.
이 게임 안에서 사진 속 거울과 돋보기를 활용해 물질의 양을 확장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그렇다. 모든 것이 상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즉, 내가 사진 속의 피사체들의 의미를 파악하거나 이용하려 할 때, 그것을 현실의 상식에 뿌리를 두지 않은 상상을 통해 바라볼 수 있다는 뜻이다. 거울과 볼록거울의 세계관 만큼은 지구와 다르기에, 거울로는 반사된 만큼의 반대편 세계를 포함시켜 현실 범위를 확장시키고, 돋보기로 실제 사물의 크기를 확대하는 이질적인 시공간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만들어낼 행성에서는, 세계관 속 물질을 재생하고 키우는 의미로 거울과 돋보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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